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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문제있다
조회수:1224
2021-01-28 13:47:37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 (재판장 박양준)는 최근 성인용품 수입업체 ㅋ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

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ㅋ사가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성인용 여성 리얼돌 1개를 수입했는데, 공항세관이 이를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

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 통관을 보류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통관 보류가 부당

하다고판결 내린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부터 이어지는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이다.

 

 

 

 

이에 서울 행정법원 판결문을 보면서 리얼돌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서 제외된 관점은 무엇인지,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재판부는 "(이 사건 리얼돌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

을 정도로 성적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며 통관 보류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성기

구는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밖에 없다.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법원은 성기구이기 때문에 여성신체의 '형상'과 '속성'을 구체적이고 적

나라하게 표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리얼돌 문제제기의 핵심 질문

은, 왜 자위도구로서 '여성형상을 본뜬 인형이 필요한 것인가?'이다. 그리고법원의 판결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자위기구는 음경형태 자위기구인 딜도와 같이 실용성을 중심으로 하되

추가적으로 인체 특성을 재현한도구로서 제작되고 있는 반면 리얼돌은 사람과 닮은 것을 핵심으로

구현되었다. 여성용 자위기구가 점차 실용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남성용은 여성의 형태나

어떤 상황을 더 진짜같이 재현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왜 자위기구는 성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시장에서 남성의 성적욕망을 상상하고 상품화할 때 여성의 몸을 정복하는 상황과,

특정한 여성성- 극단적으로 수동적이고, 젊고 작은 몸 - 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나온 상품이 시장에서 팔리는 '사실'이 이런 상품이 계속 생산될 수 있도록 만든다.

 

 

 

 

여기서 리얼돌의 무엇이 '리얼'한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윤김지영은 "리얼돌의 '리얼'함은 여성에 대한 충실한 모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부장적인

성적 환상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결국 리얼돌이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은

남성의 성적욕망은 언제나 충족되어야 하고, 누군가와 협의/동의하에 관계맺기보다 한 명의 일방적

의사만이 존재하는 극단적 권력관계를 성적욕망으로 구성하는 '강간문화'위에서 가능하다.

 

이번 재판에서 '물품이 지나치게 정교하다'는 피고의 주장, 그러니까 너무 리얼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은 ('풍속을저해'할만큼 정교하다라는 모호한 용어를 감안하더라도)

가부장적인 성적판타지를 너무나 '지나치게' 표현했다는주장으로 바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재판부의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 사람과 혼동할 여지도 거의 없고 여성 모

습을 한 전신 인형에 불과하다"는 말은 문제의 취지도 맥락도 이해하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답변으로 볼 수 없다.

 

 

 

 

또한 법원은 '여성의 몸과 일상이 포르노로 소비되는 현실'과 '리얼돌 산업'의 연결지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에 문제적이다. "성기구는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된다""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리얼돌이 어떤 문화위에서 생산 유통되는지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촬영, 단톡방 내 성폭력은 좀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또 현재 리얼돌 사용후기나 전시행위는

온라인에서 쉽게찾아 볼 수 있다. 여성의 몸과 성을 폭력적으로 소비하는 현실 속에서

리얼돌이 새로운 성적 아이템으로 공공연하게 전시 공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법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군포 중심상가 내 '리얼돌' 렌탈/ 판매/ 체험 업소는 이미 '리얼돌'사용이 사적인 공간이나 은밀한

영역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적공간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군포

지역 행정과 경찰의 답변처럼법적 근거의 부재로 옥외광고 제한 이외에는 어떠한 규제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리얼돌에 대한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청와대는 관련 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작년 입법안과 같이 '청소년 성보호', 특정인을 형상화하는 문제로서만 한정적으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과 성을 폭력적으로 소비하는 시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관련 법 제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동체와개인의 영역에서도 누구의 시선에서,

어떤 성적욕망이 만들어지고 장려되는지 '리얼돌'이 던진 질문을 충분히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 한다.   

 

 

 

 

참고기사 및 논문

 

- 한겨레 (신민정) '리얼돌 허용' 또 판결 '여성 몸 정복대상 인식' 커지는 비판. 2021/01/25

 

-이편(이지원)(2019)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마주하다. 함께하는 여성 228. 13-15

 

-윤지영(2020)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여성신체 유사 인공물에 기반한 포스트 휴먼적 욕망 생태

학 비판. 문화와 사회. 28(1) 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