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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디지털성폭력의 재구성 : 디지털성폭력을 다루는 프레임과 개념틀 다시보기
조회수:134
2021-09-18 11:31:57

 

 

 

지난 9월 9일 저녁, 돌아온 민우특강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디지털성폭력의 재구성: 디지털성폭력을 다루는 프레임과 개념틀 다시보기>

라는 제목으로 윤보가 젠더교육연구소 이제IGE연구원이 강의해주셨습니다.  

 

온라인/오프라인을 동시에 병행하며 

'디지털 성폭력'을 폭넓게 사유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뜨거운 시간이었답니다!

 

 

윤보라 선생님은 이날 

"디지털 환경에서의 체험구조가 우리의 삶,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고민속에서

디지털성폭력도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성폭력이 어떤 변곡점을 지나 지금의

공론화되는 시점까지 왔는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0년대 특히 2013년 이후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강력하게 부상을 한 이후에

메갈리아라던가 워마드 등 일베에 대항한 새로운 디지털여성주체들이 나타났습니다.

이후 이러한 전선을 바탕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우리가 손으로 꼽을 수 없는 이슈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한창 뜨거웠던 담론이 '여성혐오'였죠.

온라인 공간에서 누적되어온 여성혐오적 문화를 개탄하고 투쟁하고 자정하려는 노력들이

폭발이라는 말이 약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분출되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역량과 에너지 다양한 전략과 자원이

디지털성폭력으로 총동원되는 상황이 지금 시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90년대 중반 정보화시대로 진입하면서 나온 PC통신 때부터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루어졌어요. 그러나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범죄라고 구성되지는

못했습니다. 이것이 2010년대 중반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언어와 투쟁을 총동원하여

이것이 여성의 인권과 실존, 존엄을 총체적으로 말살하는 엄연한 범죄행위라고 얘기된 것이죠."

 

"이것이 대대적으로 폭발한 역사적 장면이 '불편한 용기'시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여기서 디지털성폭력 근절이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사실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것은

불법촬영의 문제였어요. 나의 의사에 반해서 찍힌 불법촬영물일 뿐만이 아니라 동의해서

찍었다 하더라도 나의 의사에 반해서 유포된 총체적인 성적 동영상이 대표적인 디지털성폭력

의 표상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에서 '단톡방 성희롱'이라던가 여타의 디지털성폭력은 다소 잔여적인

사건으로 배치되었죠"

 

"그러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디지털 성폭력을 해결해야 하는 방법으로서

법과 제도의 개선과 정비의 굉장히 많은 연구와 논의가 되었다는 것이에요. 이것은

한편 당연한 일인데, 디지털성폭력의 양상과 특징이 나날이 증가하고 변화하고 있지만

법체계 안에서는 공백이 메워지지 않고 있고, 형사법적 체계의 남성중심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디지털성폭력이 법적 언어로 해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또 한가지 주목되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성폭력의 문제가 디지털공간에서 여성을 성적대상화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에요. 과거에 '뒷골목' '술집'에서 오로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면서 남성 연대를 공고히 하는 방식이 온라인 공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해석입니다.

이것을 가상 술집(virtual pub)이라고 분석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온라인 남성커뮤니티를 생각해볼때 유용한 자원으로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런 개념틀과 해결방안 안에서는 젠더감수성과 윤리감각을 상실한 문제적 남성들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해결방안으로는 개별 남성 이용자들의 윤리적 이용태도 촉구,

내부고발의 활성화, 크게는 법적 처벌과 제도개선이 거론됩니다.

 

저의 생각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성폭력의 유형이나 양태는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개별이용자의 윤리성을 짚기보다는 디지털공간에서의 체험구조가

디지털성폭력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도대체 디지털화된 시대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하나의방법으로 기술체계로서

디지털 공간을 환기해보고 객관화하고 거리를 두어보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관점에서 n번방 사건을 생각해봅시다.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참혹한 행위가

피와 살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지, 그것도 수십만의 사람이 이에 가담했는지에 대해

우리가 분노를 느끼는 지점이잖아요. 그리고 이것이 (전시상황이라고 성폭력이 용인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전시상황과 같은 극도로 취약한 상태가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세계안에서 이루어진

일이잖아요. 이렇게 일상과 성폭력의 경계가 무참하게 허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질문

에서 기술이라는 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위하는 방식 존재하는

방식으로 특정하게 구조화하고 변화시켜가는 부분을 들여다 봐야할 필요가 있겠다"

 

"기술이 굉장히 중립적으로 보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사실 이 기술체계 안에서 진화하는 기술의 수행과 활용은 사회와 동떨어진 특수한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우리의 상호작용 방식도 변하고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문자가 발명되지 이전에는 사람들간 상호작용할 때 필요한 감각이 당연히

청각이었어요. 육성이 전달될 수 있는 거리안에 있는 사람들끼리만 상호작용이 가능한거죠.

하지만 영상매체가 등장하면서 상호작용할 때 필요한 감각이 청각과 시각으로 변하고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촉각까지 더해집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데이터를 넘기고, 날리고,

벌리고(확대하고) 내려요. 이런 체험구조 속에서 성폭력의 의미도 변하고 작동되는 조건도

변하게 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고 이 기술이 완전히 내삶의 배경이 되고 나면은 우리가 기술권 안에

살면서도 아예 기술을 인지하지 못하게 돼요. 나의 신체가 이 기술을 체현함으로써

기술은 나의 신체 일부가 되죠. 디지털 공간에서 소통하고 인스타하고 틱톡하면서도

여기에 존재하는 나와 디지털 자아 사이에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스마트폰의 상용화는 우리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디지털 공간에 입장하려면 이전에는 피씨가 놓인 곳으로 나의 몸을 이동해야 하는 물리적 제약이

있었고 이에 따라 시간적 제약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몸이

더이상 컴퓨터를 찾아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스마트폰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말입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스마트폰 사용 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러한 스마트폰 상용화가 가져온 핵심적 

변화로는 자아가 상시적으로 거주하는 디지털 거주지가 구성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디지털거주지를 구체화하는 공간을 카카오톡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들 수 있는데

우선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도입이후 부터 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독점해 왔고, 

'퇴근 후 카톡'금지법 발의까지 되는 등 주요한 앱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카톡의 특징으로는

단톡방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1:1 채팅이 이루어졌다면 카카오톡 단톡방서비스 이후로는 

개인톡보다는 주로 단톡방에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져요. 그러면서 10년의 시간동안

단톡방안에서는 암묵적인 규범과 규칙들이 만들어집니다. 예를들면 이 단톡방에서는 어떤 

주제가 환경받는지 혹은 적극적으로 대화의 주제를 배분하고 지지를 받는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참여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규범이 생기는 것이죠. 여기서 거주지라고 한다면 어떤 존재의

원류인 동시에 나의 삶의 근거지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에서 어려운 점이 생기면 그냥

떠나면 되는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이 공간 자체가 나의 디지털 자아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곳이고

나를 담보해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거주지들은 전부 애정이 들어가 있는 공간입니다.

내가 애정을 가진 거주지로서 꾸준히 디지털 업로드 노동(짤과 이모티콘을 보내는 등)하게 되는 것

입니다.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사양이 발전하면서 멀티미디어를 교환하는 서비스도 굉장히 발전합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활발하게 교환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길가다가 아무나 찍어서 전송할 수

있데 되는 것이죠.  이때문에 디지털 거주지의 중요한 특징인 '자산을 운용하는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주로 여성의 몸이 디지털거주지의 사람들간 상호소통의 한 자원으로 교환되는 것이죠"

 

 

여기서 보려고 하는 '단톡방 성희롱' 은 기술체계가 변화하면서 어떻게 행동양식을 구조화시키고

이것이 성폭력과 맞닿아있는지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2015년 국민대학교 소모임 단톡방에서 처음으로 폭로가 되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됩니다.

이후로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대학들이 단통방 성희롱 사건으로 문제제기를 받게 됩니다. 

대학교 뿐 아니라 스포츠계/연예계/대형마트 수리기사/기자 등 다양한 직종, 공간에서

단톡방 성희롱 폭로가 이어집니다. 아까 '가상 술집'이라는 개념에서 보았던 것처럼

남성연대가 여성을 성적대상화하고 희화화하는 문화는 계속되어 왔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단톡방 성희롱이라는 이름으로 포착이 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환기된 자체가

주목을 요하는 현상인것이죠. 이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사회적으로 부상이 되고 구조화되고

담론화되는 방식은 굉장히 대동소이했습니다. 사건이 폭로되고 이 대화의 내용이 얼마나 극악하고

문제적인지 다같이 열람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과 해결방안을 촉구하게 되죠 

사실 여기에서도 강조되었던 것이 디지털 에티켓지키기 그리고 내부고발의 활성화였습니다.  

 

이 단톡방 성희롱 문제의 원인으로 가상술집과 연관되어 중요하게 거론되었던 것이 

사이버 마초문화였고 여기에서 '성폭력의 놀이화'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성적 차이를 가진 누군가를 온라인 공간안에서 수없이 낙인찍고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혐오하는 표현들이 엄청나게 오랜시간 누적이 되어온 상황 속에서 이것이 놀이문화로 바뀌어버린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개인톡에서 단톡방으로 넘어가고 단톡방이 우리가 매어있는

애착을 가진 거주지로서 나의 정체성을 투여하고 같이 가꿔나가는 이런 다양한 활동들이 

남성들의 친밀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맥락을 더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남성들의 디지털사용에 관한 분석은 굉장히 중립적이고 도구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인터넷 서핑, 뉴스 검색 혹은 온라인 게임을 주로 하고 있다 정도였죠. 또 디지털환경이

갖춰지면서 '네티즌'이라는 새로운 주체들이 주목되었을때부터 이것은 몰성적이거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 되었어요. 네티즌은 한국사회를 환기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전자민주주의를 앞당길 존재들로 호명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2000년대 같은시점

여성연예인들의 불법촬영물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이것이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엄청나게 많이 다운로드 되었는데, 이 문제는 사이버상의 음지문화로 치부되면서 익명에 

기반하여 소수의 문제적인 사람들이 벌이는 일탈행위로 축소되었습니다.  디지털 공간이

몰성적이고 정치적인 주체들이 활동하는 양지문화와, 비급문화로 치부되는 음지문화가 따로 

있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적용되었던 거죠. 

 

 

기존에 성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와 성폭력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온 법체계가 성폭력이 지속되게 

만들어온 여전한 현실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이 열린 순간부터 계속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 남성들의 놀이문화로 구성된 누적된 역사가 있죠. 그리고 여기에 더해 지금은

이 단톡방에서 이야기하려면 혹은 이 커뮤니티에 속하려면 이 정도에 성폭력을 구사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드립)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까지 온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더 우스꽝스럽게 더 극단적으로 포르노그라피적인 상상력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따라 이 디지털공간안에서 안정적인 시민성을 개발할 수 있게 된거죠. 

이것은 기술매체가 발전하면서 나와 기술, 나와 타자간의 거리가 없어지고 

자유롭게 사진이나 영상을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이것이 자산화되는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우리가 이제 뼈아프게 직시해야 할 것은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제도로서 굳어져 버린 측면입니다. 온라인 공간안에서의 성폭력적인 문화가 현실과 상호작용

하면서 성폭력이 남성들의 친밀성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관습과 협약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된 강의는

어떻게 디지털성폭력의 문제에 페미니즘이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어졌어요.

 

디지털기술에 압도당해있는 지금의 현실을 낯설게 객관화시키고 역사화시키는 작업이

지금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얘기되며 이날의 강의는 마무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