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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언어가 지역정치에 말을 걸다
군포여성민우회 조회수:185
2021-07-07 16:22:53

 

 

                                성평등 언어가 지역정치에 말을 걸다

 

 

평등과 인간 존엄을 보편적 가치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는 오늘날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분배정의는 사라졌고, 소득양극화는 정점에 이르렀다. 

더욱이 성별이분법에 기초한 젠더불평등과 억압은 오랜세월을 거치는 동안 제도와 문화 속에 뿌리깊게

박혀 더이상 차별로 인식되지도,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이다"라고 외쳐왔다.

성평등이 민주주의 완성의 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지만 필요조건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에서다.

 

<민우회 지역자치위원회 워크숍>

 

성평등 지역자치로 일상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지난 해 민우 지역자치위원들은 군포시의회와의 정책간담회를 통해 지역 정치에 성인지적 관점의 통합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시 의회와 행정에서는 의정모니터단 조례를 제정하고, 2021년 하반기 젠더자문관 

배치를 검토하는 등 민우회의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제안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사례가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지역자치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 군포가 우리의 일상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담아낼 수 있을 것인지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을 가졌다. 답은 역시 성평등 지역자치로 모아졌다. 

마침 군포시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지원"에 대한 사업공모가 떴고, 참여를 결정한 민우회는 

TF팀을 구성하였다.

 

<민우회 지역자치위원회는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참여형 교육과

현장 탐방 및 거리홍보를 진행했다>

 

참여로 주권재민을 실현하자

민주주의는 民이 주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民이 주인인 경우는 고작 선거 때 뿐이라는 

자조 적인 말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주권재민은 단지 수사에 불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정치를

살펴보니 시 행정에 개입하고 의견을 개진할 정치적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이다. 

지금은 단지 시일반예산의 1%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우회 TF팀은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통해서 주권재민이 다소나마 실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사업계획서 안에 쫀쫀하게 녹여

내기로 했다. 군포시민들과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참여예산위원(분과위원회), 주민참여예산협의회 등 

주민참여예산기구들이 주권재민을 담아낼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성인지 관점을 

통합한 교육자료를 구성하여 참여형 교육과 현장탐방이 이루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직접 마을

의제를 발굴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였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분과별 교육은 참여형 토론식으로 진행됐다>

 

성평등이 일상을 변화시킨다.

민우회가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과정을 지원하면서 제일 역점을 둔 것은 지역 정치에 성인지 관점을 

통합해 내는 것이었다. 주민들에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홍보하고 교육하기 위해 작성된 교육 메뉴얼에는

그동안 '일반적 주민'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질문하며, 그렇가면 그동안 '주민'의 이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눈으로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도록 만들어졌다. 

 

<주민참여예산 워크숍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제를 발굴하고 사업제안서를 작성하였다>

 

 주민이란 누구일까? 

주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 신체가 건강하고, 20살이 넘었고, 가계를

스스로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 지역에는 장애 유무, 성별, 직업 등 

다양한 상황·특성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고, 각자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필요도 다르다. 

개개인의 필요는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는 공익의 관점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 지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각자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등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을까?

 

<주민참예산지원 강사팀>

 

턱을 낮추면 새로운 삶들이 들어온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산방산 관람로는 총 길이 365m에 계단수 476개의 긴 산행코스이다. 그런데 이 코스의

계단 높이는 약 20cm로 노약자나 어린이가 통행하기에는 다소 높았다. 이 때문에 미끄러짐 등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지속적을 제기됐다. 이에 제주도시는 계단의 높이를 낮추는 정비 공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산방산 관람로의 턱이 낮아짐으로써 어린이나 노약자, 관절이나 몸 상태가 좋지 못한 건강 약자들이 

이용하기 수월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원래 큰 불편없이 이용하던 사람도 더욱 안전한 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제주도의 산방산 외에도 많은 공공시설이 신체가 건강하고, 장애가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 때문에 건강 약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공공시설에 대한 정당한 접근권을 제한 받는다. 

성별에 따라서 공공시설 접근권을 제한받는 사례도 있다. 자녀를 양육하는 일은 성별에 상관없이 부모

모두 참여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마저 기저귀 교환대는 여자 화장실에만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공적 공간에서 양육에 대한 평등한 참여를 뒷받침하지 않는 것은 '한쪽 성별만 양육을 담당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는 잘못된 성역할 고정관념을 재생산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평등한 육아

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

이처럼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그동안 쉽게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왔던 이미지로서의

주민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생활하는 실제 주민의 필요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익을 창출하는 기관은 그동안 일반적이라고 여겨졌지만 

실은 특정한 특성 (예를 들면 장애가 없으며, 신체가 건장한, 양육의 책임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사람)

을 가진 소수의 집단에 불과한 사람들에게만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누구나 

공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특정한 특성을 가진 주민들이 오랫동안 대표성을 띠고 '일반적'인 주민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처한 (예를 들면 어린이이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한 사람, 어린이를 양육하는 사람)

사람들의 필요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무시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이 적절하게

분배되고 있는지 혹시 특정한 사람에게만 공적 서비스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석할 수 

있도록 성인지예산이 법적 제도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성인지계산제도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서비스가 특정 성별이나 특정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편향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반증이기도 하다

 

주민참여예산은 그동안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던 사람들이 흔히 하던 오류 - 산방산 사례를 다시 살펴보

면 장애가 없고, 신체가 건장한 사람을 '일반 주민'이라고 상정하는 것-을 바로잡아 주기에 유용한 제도

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에서 쉽게 '일반주민'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해 온 다양한 지역민들이 자신의 필요

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개방성 덕분에 제안된 사업들은 성인지적 관점의 정책제안

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그동안 '일반주민'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정책제안이 활발해

진다면 지역민들이 서로 평등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앞서 보았던 산방산 사례에서 높은 계단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던 사람들도 더욱 안전한 산행

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고려될 때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