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활동
성소수자 차별 반대와 여성인권, 평화운동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했던
故 임보라 목사님이 2월 3일 별세하셨습니다.
여성목회자로서 소속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교단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약자의 곁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故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 크리스천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피난처였습니다.
故 임보라 목사는 한국 교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혐오에 적극적으로 맞선 사람이었습니다.
개신교계 대형교단들은 임보라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여 ‘마녀사냥’식 이단몰이에 나섰지만,
故 임보라 목사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며 자신을 이단시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탄압과
‘동성애 반대’를 표명하지 않으면 반동성애 세력에 좌표를 찍히고 집요한 공격을 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교회 내의 수많은 문제들을 썩도록 내버려 둔 채 시선을 외부로 돌리지 말라.
사랑으로 하느님의 진리를 드러내야 할 교회가 앞장서서 차별을 옹호하고
편협한 신학적 논리로 성경을 동성애를 혐오하는 근거로 삼아
폭력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을 회개하라”고 외쳤으며,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와 인터뷰 등에서
“성소수자는 성경적으로도 죄인이 아니며 당연히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항변해왔습니다.
故 임보라 목사는 2010년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교연대’공동대표를 맡은 뒤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우리를 만드신 이가 하나님이신데 누가 누구를 차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외쳤습니다.
차별에 맞서고 인권을 옹호하며 울고 있는 이들의 손을 맞잡은 故 임보라 목사는 이단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길을 보여준 목회자였습니다.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도 여성 목회자가 설 자리는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故 임보라 목사는 여성 담임 목회자로서 교단 내 여성 문제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는 기장 전국여교역자회에서 활동하며 교단 내에서 여성 목회자의 권리를 위한 제도를 세우는 데에도 열심을 냈습니다.
또, 직분없이 모두 ‘님’으로 호칭하는 평등한 조직으로 교회개혁운동을 실천해왔습니다.
특히 故 임보라 목사는 교단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을 앞장섰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한신대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를 수년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을 때 당시,
피해자들은 알음알음 故 임보라 목사를 찾아갔습니다.
故 임보라 목사가 그동안 해 온 사역들이 교회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폭력대책위 활동에 힘을 쏟고, 피해경험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중간 역할을 하며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해 주면서 정의로운 해결과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서도 노력했습니다.
故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 차별 반대 운동, 여성인권 운동, 평화운동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왔으며,
한편으로는 30년간 목회자로 헌신하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혹은 그들을 대신하여 혐오의 화살을 맞았습니다.
그는 매년 6월에서 7월 사이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현장 한 귀퉁이를 지키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를 축복했습니다.
2008년 7월 퀴어축제에서 故 임보라 목사가 한 기도의 일부입니다.
“저희가 마음의 눈을 깊이 뜨며 서로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 안에서 우리를 지으신 주님의 손길을 기억해 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소중합니다.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기억합니다.
서로에게 이어져 있는 무지개 끈의 의미를 기억하게 하시고
어느 한 쪽이 아프면 다른 한 쪽이 아플 수 있음을 기억하게 하시고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 사랑으로,
축복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세워갈 수 있도록 함께하여 주옵소서.”
“희망은 어딘가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싸우고 저항하며 울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희망이 진정한 희망, ‘찐희망’이다.
눈을 떠도 좌절스럽고, 감아도 좌절스러운 현실이지만 희망의 빛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
- 故 임보라 목사 -
투쟁현장에 가끔 반려견을 데려와서 긴장감을 웃음으로 바꾸던 여유와
차별금지법논쟁이라는 한국교회의 질풍노도 속 최전방에서 가장 큰 용기와 강단을 보여주신 분.
혐오하면서 ‘사랑한다’주장하는 한국 교회에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단호함으로 맞서던 사람.
이단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와중에도
“목사라면 하나님의 축복을 원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 가야한다”며 개의치 않았던
혐오와 차별, 불평등에 저항하는 이들이 있는 곳에 늘 먼저 나와 곁이 되어주신
우는 이웃을 진심으로 끌어안으면 자신도 울게 되고 마음 무너진 이웃을 끌어안으면 자신도 무너지는
예수의 제자처럼 살던 故 임보라 목사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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